필사는 형 이야기

보홀, 모두를 가슴뛰게 만드는 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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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홀, 모두를 가슴뛰게 만드는 섬.

필사는 형 2021. 8. 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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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초에 아내는 처제가 우리 가족 여행을 위해 항공권을 예매해줬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늘 삶에 찌든 바쁜 생활로 이어지는 언니의 모습에 처제가 보기에도 안타까웠나 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늘 일만 한 것은 아니지만, 주말도 레슨 스케줄로 늘 바쁘니 자연 아이들을 데리고 휴식다운 휴식을 취해본 기억은 거의 없었다. 물론 아이들도 그런 부모의 마음을 늘 이해해 주는 듯하여,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행선지는 보홀이었다. 사실 필리핀하면 워낙 많은 관광지가 국내에는 알려졌지만 보홀도 그중의 하나로 아름다운 수백 개의 초콜릿 힐로 많이 알려진 필리핀의 섬, 보석같이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당시 큰 녀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선교활동으로 세부지역에 나가 있었던 관계로 혹시나 그곳에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여정을 준비했었습니다. 막내 녀석은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아빠 우리 보-홀 가는 거야? 며 물어보기를 반복했었습니다. 얼마나 즐거웠을까요?

세부퍼시픽 -필리핀로칼항공사 구글이미지


사실 저역시, 이번 여행은 처음으로 2박 3일로 가는, 필리핀에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는 처음 있는 일이라 필리핀에 사는 한국인 촌놈으로 가슴 설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보홀 탁빌라란 공항-구글이미지


막내 녀석은 출발 하루 전 자기 짐은 자기 학교 여행용 가방에 모두 정리할 거라며 자기 가방에 옷가지며, 수영복, 수경, 속옷 등을 챙겨, 야무지게 가방정리를 하고는 문 앞에 두더군요. 아침 일찍 마닐라 공항 3 터미널로 우리는 향했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비행기는 세부퍼시픽으로 국내노선의 가장 보편적인 필리핀 항공사였습니다. 체크인을 하고, 우리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 지나니 보홀섬이 보였습니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보홀섬은 그야말로 멋진 초콜릿 힐의 섬임을 확연히 확인시켜주었습니다. 내린 타그빌라란 공항은 작은 공항으로 경기도 파주 금촌역의 옛 모습을 그대로 보는 듯한 정감 어린 공항이었다는 느낌입니다. 우리는 빠른 수속을 마치고, 내려,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으니, 삐끼들이 자동으로 우리 주변으로 모여들더군요.
이런 삐끼들은 이미 우리는 마닐라에서 수없이 격어본 터라 우선 혼자 서 있는 택시를 찾았고, 마침 20미터 전방에 택시 한 대가 서 있길래 그곳으로 가서 우리가 갈려고 하는 팡라우섬의 제일 끝 썬쎗 리조트로 가자고 했습니다. 그러니, 이 친구, 무슨 메뉴판 같은 것을 척 내밀더군요. 오늘 하루 임대를 하려면 하라고 하더군요. 하루 임대를 하면 메뉴판(?)에 나와 있는 코스대로 관광을 시켜주겠다는 거였죠. 우리도 사전 지식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저렴할 것이라고 들어, 오케이를 했지요. 즉 첫날 코스는 육지 관광이었고, 둘째 날 코스는 해상관광이었으니, 우리 계획하고도 맞았습니다.

우리는 거의 10년이 넘은 낡은 택시에 가족네명, 몸을 싣고, 시내 공항에서 팡라우섬으로 들어갔습니다.

보홀은 당시,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도로가 꽤 많았고 태풍과 대형지진이 갖 휩쓸고 간 이후로 여러 곳의 교각이 무너져 있었고 보홀의 유명한 오래된 성당 건물도 무너져 내려 안타까운 마음을 더했습니다. 시골엔 대부분 트라이시클을 가정마다 소유하고 있어 중요한 교통수단이었고, 지프니로 장거리 운송수단으로 지붕에 까지 사람들을 태우고 다녔습니다. 보홀의 공항이 있는 섬에서 팡라우섬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며 바다를 보니 역시 짐작했던 데로 코발트색의 아름다운 바다였습니다.
팡라우에서도 가장 끝 지점에 SUNSET RESORT가 있었습니다. 작은 이차선 비포장 도로를 타고 오더니 골목으로 들어섰고, 그 골목의 가장 안쪽에 리조트가 있더군요. 골목엔 시골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작은 구멍가게 하나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팡라우섬 썬쎗리조트-구글이미지


우리는 그곳에서 얼른 체크인을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 입은 뒤, 택시를 타고, 육지 관광의 첫 지역인 초콜릿 힐로 향했습니다. 그 당시 날씨는 매우 좋았습니다. 초콜릿 힐을 언덕에서 바라보면서, 어떻게 이런 힐이 만들어졌는지,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당시는 푸릇푸릇한 색이었습니다만, 11월이 지나면, 이 풀들이 마르면서, 초콜릿색으로 변한다고 하더군요.

보홀의 대표적인 이미지 초코렛힐-구글이미지


그리고 우리는 이동한 곳이 가장 작은 안경원숭이 타알셔가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안경원숭이는 낮시간이라 잠을 자듯 미동이 거의 없었습니다. 나뭇잎으로 햇빛을 가린 그곳에서 그 큰 눈을 감은 채 말이죠. 마치 관광객을 위해 그곳을 만든 듯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볼 수 있는 알맞은 위치에 원숭이들이 있더군요. 그 작은 원숭이를 보기 위해 많은 분들이 보호구역 주변을 돌면서, 자연의 신기한 피조물을 보고, 멀리고 대형 렌즈를 움직여가며, 사진을 찍는 분들도 있었고, 자연의 그 오묘함을 느끼는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나비박물관, 그리고 인공 숲을 지나면서, 인간의 노력으로 얻은 위대한 자연의 모습과,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는 모습을 느끼며,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보홀에서만 산다는 가장작은 안경원숭이-구글이미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복강에서 점심시간맞춰서 배를 타게 되었습니다. 선상에서 식사를 하며,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코스였는데, 필리핀 로칼 음식을 맛보면서, 중간중간 배가 멈춘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이 준비한 지역 민속춤을 관람하고, 아이들이 정글에서 나무를 타며 강으로 다이빙을 하는 모습도 보고, 배에서는 7080 팝송을 기타로 연주, 노래를 불러줘 한층 그 분위기를 돋구어주었습니다. 정말 흥겨운 시간이었습니다.

로복강 선상투어-구글이미지


그렇게 하루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집사람이 한코스가 더 남았다고 하더군요. 바로 반딧불 체험이라고 했습니다. 저와 둘째 녀석만 예약을 했다고 하더군요. 막내 녀석도 가고 싶어 했으나 카누로 밤에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하는 체험이라 위험할 것 같아, 둘만 나서게 되었습니다. 5시경에 리조트로 반딧불체험팀에서 차량으로 픽업을 왔더군요, 그래서 저와 둘째 녀석만 같이 체험장으로 향했습니다. 체험장 강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시점이었고, 카누에 1인, 또는 2인이 타는 것이었고 둘째는 혼자 타고 싶어 하여 혼자 타게 했습니다. 당시 둘째는 16살이었지요. 카누는 총 10여 대 정도였고, 사람들의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둠은 금방 짙게 내렸습니다. 가장 맽 맨 앞의 사람 불 빚만 보고 우리는 조용히 카누를 저어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보홀관광의 숨은 히든카드 반딧불투어-구글이미지


사실 카누는 처음이었습니다. 배를 타니, 거의 강물이 찰랑찰랑 할 정도로,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겁먹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저희 모두는 라이프 재킷을 입고 노를 젓는 방법을 출발 전에 모두 배우고 출발했습니다. 맨 앞과 중간 그리고 가장 뒤의 안내원들은 출발하면서, 자주 이런 말을 하더군요, 필리핀 강에는 악어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요. 섬찟한 말이었으나 당시 배에 탄 모두는 웃으며 열심히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출발하고 30분이 지났을까 어둠은 짙게 이미 내렸고, 어디로 가는지 모를 정도로 앞의 배만 보고 따라 노를 저으며, 아들 녀석 확인하며, 올라가다 약 40분 즈음에야 반딧불이 모여있는 황금 빛나는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반닷불은 강가에 있는 그 나무 전체에 수만 마리가 앉아 불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조용히 삼삼오오 그 나무 주변으로 카누를 정박한 체 배에 그대로 누워서 ,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의 선물, 반딧불이의 생생한 아름다운 모습에 잠시 넋을 잃은 체 10분간 정신없이 지켜보았습니다. 황홀함 그 자체였습니다.

보홀반 반딧불투어 사진으로는 결코설명할수 없는 경험-구글이미지


우리는 이런경험을 몇 차례나 계속할 수 있었고, 그리고 배를 돌려 출발지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출발지로 돌아왔을 때는 거의 7시 반이 넘었고 모두는 배를 맡기고, 출발지 식당에  모였는데, 그제야 같이 출발한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하며,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었는데, 필리핀 로칼 사람은 없었고, 모두 유럽, 미국, 일본, 중국, 그리고 한국은 우리뿐이었습니다. 저녁식사로 나온 바나나 잎으로 싼 로칼 음식은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그만큼 모두는 배가 고팠고 배고픔도 잊은 체 그 반딧불의 황홀감에 도취해 있었습니다. 잠시 후 픽업차량이 도착하여, 모두의 숙소로 우리를 데려다주었습니다.

보홀에서의 1일차 육상관광은 정말 긴 하루였고 제 인생의 멋진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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